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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영어교육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할까? 영어교육의 딜레마

by ^^@ 2021. 4. 3.

사교육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영어 사교육, 영어에 욕구가 높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가성비가 낮다고 합니다. 들인 비용, 시간, 노력에 비해 결과는 별로라는 얘기지요. AI번역도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고 앞으로는 더 발전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럼 우리는 영어를 왜 배워야 할까요? 

 

AI번역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영어교육이 필요할까?

EBS에서 영어전문가 4인과 학부모 1인이 함께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모두 영어전문가여서 그런지 AI번역이 아무리 완벽해도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영어교육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모두 영어를 힘들게 배울게 아니라 전문적으로 사용할 사람만 영어교육을 하면 어떨까 했더니, 그 필요를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영어실력이 형편없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제품을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댓글에 답을 달거나 광고 카피를 만들거나 이런 것들을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했습니다. 물론 영어를 잘했다면 더 잘했겠지만 번역기를 사용해보고 번역기의 능력에 놀랐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발전한다면 정말 영어를 몰라도 영어를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아이도 영어 사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제 마음 한구석에는 '이렇게 영어를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조기 영어교육은 필요할까?

조기 영어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한 영어전문가는 영유아 시기에 영어를 배우면 영어를 습득하게 되고 이후에 영어공부는 학습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학습이 습득보다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영유아기를 언어교육의 결정적인 시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어유치원이 10곳 생기면 소아정신과 1곳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영어교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영유아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소아정신과 의사는 영어 조기교육의 문제점 즉, 이 시기 모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아래와 같이 나열했습니다.

  • 영유아기는 모국어 교육에 정말 중요한 시기이다.
  • 모국어 교육은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 발달에 중요하다.
  • 학습능력에도 모국어 교육은 중요한 요인이다.
  • 영유아기에 외국어 교육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 영유아기에는 모국어 일상 대화를 적어도 하루 6시간 이상 듣고 자라야 한다.
  • 모국어의 복잡한 일상 언어를 많이 듣고 자란 아이들일수록 언어 발달과 두뇌 발달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또한 아이들이 지능은 타고난 것이 많지만 아이들의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은 태어난 후에 배우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언어발달이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데 취학 전까지의 모국어 교육은 아이들의 평생을 통해 제일 중요한 교육이라고 합니다.

 

영어알파벳이-있는-포스터를-손가락으로-가리키는-어린아이
영어교육은 어떻게...

 

완벽한 영어의 딜레마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최대한 원어민 발음에 가까운 발음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발음이 중요할까요?

언어학자 조승연 님은 미국인이 우리를 바라볼 때 이민자로 보기보다 외국인으로 바라볼 때 실수에 대해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게 된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면 당연히 행동과 표정도 미국식으로 해석된다고 말합니다.

만약 우리의 영어실력은 원어민 수준인데 행동과 표정에서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오해가 생겨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당당하게 한국 발음을 가지고 나만의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EBS에서 몇 년 전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한 동양인 남자가 영어로 강연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시청자가 영어실력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그 강연자의 발음은 흔히 말하는 콩글리쉬 발음이었습니다. 한국인 시청자는 그 사람의 영어실력을 낮게 평가했고,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인 시청자는 그 강연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강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그 강연은 전 UN총재 반기문 씨의 강연을 다른 사람의 영상으로 대체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실제 영어실력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영어실력이 별로여서 영어 발음을 유창하게 하면 내용과 상관없이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느낍니다. 

발음 때문에 굳이 외국인 선생님을 찾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진 않나요? 실제로 미국 안에서도 워낙 사투리가 심해서 알아듣기 힘든 가지각색의 발음이 있다고 합니다.

 

 

영어는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언어는 영혼이고 문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신문기사에 실렸던 한 영어유치원 원장님의 인터뷰가 있습니다. "우리 학원은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미국식 문화를 가르친다"며 "문화를 알아야 영어로 사고하는 능력이 길러진다."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문화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유아들에게 미국 문화를 먼저 가르쳐야 할까요?

 

외국어로서의 영어는 우리의 생각을 담아 표현하는 바구니일 뿐입니다. 물론 바구니도 좋으면 좋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구니에 담길 내용물입니다. 바구니를 좋게 만드느라 내용물을 채우지 못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바구니를 좋게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다 보면 내용물을 채우는데 쓸 시간과 노력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EBS에서 영어전문가들의 토론에서도 전문가들이 놓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영어는 수단 즉 도구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교육을 바꿀 수 없는 이유

우리는 어순이 영어와 달라서 영어를 배우기가 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핀란드도 영어와 전혀 다른 구조와 어순을 가지고 있지만 핀란드는 국민의 70% 이상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영어의 수준은 우리나라 중학교 과정의 어휘 수준이라고 합니다.

외국인과의 인터뷰를 피하기만 하던, 심지어 서울대생들까지도.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문법이 틀려도 말하는데 거침이 없었던 핀란드 아주머니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높은 수준의 영어를 요구한다고 합니다. 일단 기업에서 그런 수준을 원하고 특히, 대학입시가 그렇습니다. 원어민들조차도 풀기 어려운 수준의 수능 영어를 목표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때는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를 배우다가도 중고등학생이 되면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우리의 영어교육을 비효율 적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어교육과정 의사소통에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교육과정 목표대로 영어교육이 의사소통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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